"같이 찍은 건데, 뭐가 문제야"
이별 통보를 받은 뒤 교제 중 찍은 영상이나 사진을 빌미로 협박하는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둘이 합의해서 찍은 거잖아." 하지만 이건 법 앞에서 전혀 통하지 않는 주장입니다.
촬영 당시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와, 그 영상을 협박 수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입니다. 법은 이 둘을 구분합니다.
데이트폭력, 별도 법이 없다고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데이트폭력 특별법이 있나요?"라고 묻습니다. 현행법상 '데이트폭력처벌법'이라는 별도의 법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처벌이 약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데이트폭력은 행위 유형에 따라 형법·성폭력처벌법·스토킹처벌법 등 여러 법률이 동시에 적용되며, 상황에 따라 복수의 혐의가 한꺼번에 병합되어 처벌됩니다. 연인 사이라는 이유로 처벌이 감경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뢰 관계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더 무겁게 볼 수 있습니다.
실제 판결 사례를 보면, 반복적 폭행으로 상해를 입힌 경우 징역 1년 6월, 이별 후 납치·감금·특수상해까지 이어진 경우 징역 8년이 선고된 바 있습니다. 연인 사이였다는 사실이 결과를 바꾸지 못했습니다.
촬영물이용협박 — 동의 촬영이라도 협박에 쓰면 끝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영상물을 이용해 피해자를 협박한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합니다. 촬영물을 이용해 강요까지 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렇습니다.
촬영 당시 서로 동의했던 영상이든, 상대방이 직접 찍어 보내준 사진이든 상관없습니다. 그 영상이나 사진을 협박 수단으로 사용한 순간 이 법이 적용됩니다. 대법원도 2025년 판결에서 촬영물이 반드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물이 아니더라도 협박의 수단으로 사용됐다면 같은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습니다.

법원은 촬영물이용협박 사건에서 초범이라도 대체로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피해자 합의 여부, 실제 유포 여부, 협박 횟수와 기간에 따라 형량 차이가 크게 나지만 단순히 유포하겠다고 협박만 한 경우에도 집행유예 이상의 선고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성폭력 치료강의 이수, 취업제한 명령이 함께 부과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형사처벌로 끝나지 않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병행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협박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유포까지 이어진 경우에는 실형 선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집니다.
결국 촬영물이용협박은 "협박만 했을 뿐"이라는 생각이 통하지 않는 범죄입니다. 형사처벌 이후에도 민사 손해배상, 취업제한, 신상정보 등록 등 삶 전반에 걸친 불이익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이별 후 반복 연락·스토킹도 별개의 범죄입니다
촬영물 협박 외에도 이별 후 빈번하게 문제가 되는 행위가 있습니다. 헤어진 연인에게 반복적으로 전화·문자를 보내거나, 집이나 직장 앞에서 기다리거나, SNS로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연인 관계였기 때문에 괜찮다는 생각, 한두 번은 봐주겠지 하는 기대는 법 앞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한 번이라도 신고 이력이 생기면 이후 같은 행위가 반복될 경우 수사 속도가 급격히 빨라집니다.
가해자 입장이라면 — 감정적 대응이 가장 위험합니다
이미 고소가 접수된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합의를 시도하는 것, 협박적인 메시지를 추가로 보내는 것은 기존 혐의를 더 무겁게 만드는 최악의 선택입니다. 스토킹이나 협박 혐의가 추가될 수 있고, 구속 수사로 이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감정이 격해진 상태일수록 먼저 멈추고, 형사 전문 변호사와 상담해 대응 방향을 설계하는 것이 결과를 바꾸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피해자 입장이라면 — 지금 당장 증거부터 확보하세요
협박 내용이 담긴 문자, 카카오톡, SNS 메시지를 즉시 캡처하고 별도 저장해두는 것이 가장 먼저입니다. 상대방이 메시지를 삭제하거나 계정을 비활성화하면 증거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직접 촬영했거나 본인이 보내준 영상을 협박 수단으로 쓰고 있다면, 그 자체로 촬영물이용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혼자 감당하려 하거나 협박에 응하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연인 관계에서 시작된 일이라도 법 앞에서는 다릅니다. 데이트폭력과 촬영물이용협박은 피해자에게는 일상을 송두리째 흔드는 범죄이고, 가해자에게는 징역형·취업제한·손해배상까지 삶 전반을 바꿔놓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별 후의 감정적 행동 하나가 어떤 결말을 만드는지, 실제 판결들이 이미 보여주고 있습니다.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법률적 조언이나 법적 의견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며, 실제 사건에 대한 법률 상담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직접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 내용으로 인한 법적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